창고를 연 지 4개월 만에 접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창고 경력 5년, 운영은 잘 알았다. 공간도 괜찮았고 셀러도 2명 있었다. 그런데 4개월 후에 문을 닫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버틸 돈이 없었다.
수익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셀러 2명에게서 월 80만원이 들어왔다. 문제는 고정 비용이 22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매달 140만원씩 통장에서 빠져나갔다. 6개월치 운영 자금이 있었으면 버텼을 텐데, 그게 없었다. 셀러가 한 명 더 들어오기 직전에 자금이 떨어졌다.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하나다. 물류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숫자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영을 잘 아는 것과 사업이 돌아가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고정 비용부터 정직하게 본다
많은 사람들이 임차료만 계산한다. 임차료가 100만원이면 100만원짜리 고정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거기에 관리비, 전기료, 인터넷, 소모품 기본 구입, 사업자 관련 비용이 붙는다. 파트타임 직원을 한 명이라도 쓰면 인건비가 80~120만원이 더 올라간다. 30평 창고 기준으로 현실적인 월 고정 비용은 200만원을 넘는다.
이 숫자를 먼저 종이에 써야 한다. 머릿속에서만 계산하면 항상 낮게 잡힌다. 빠뜨린 항목이 꼭 있다.
셀러 한 명이 얼마를 가져다주는가
이게 두 번째 계산이다. 보관료, 출고 수수료, 반품 처리비, 부가 서비스를 합산하면 셀러 한 명당 월 수익이 나온다.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현실적으로 30~70만원 사이다. 취급 카테고리와 물량에 따라 편차가 크다.
고정 비용을 셀러 한 명당 수익으로 나누면 손익분기 셀러 수가 나온다. 고정 비용 200만원, 셀러당 수익 50만원이면 손익분기는 셀러 4명이다. 5명부터 흑자다. 이 숫자를 모르고 창고를 열면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믿음으로 버티다가 자금이 먼저 떨어진다.
손익분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현실적으로 잡는다
첫 달에 셀러 5명을 확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1~2명으로 시작해서 3~4개월에 걸쳐 손익분기 셀러 수를 채운다. 그 기간 동안 발생하는 적자 총액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운영 자금이다.
대충 계산해도 3~4개월 동안 월 100~150만원씩 적자가 난다면 300~600만원이 필요하다. 이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면 손익분기 직전에 멈추는 상황이 생긴다. 처음 이야기한 사람처럼.
고정 비용을 낮추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손익분기를 앞당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셀러를 빨리 확보하거나, 고정 비용을 낮추거나. 셀러 확보는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 고정 비용은 처음부터 설계할 수 있다.
공간을 처음부터 크게 잡지 않는다. 정규직 직원을 처음부터 채용하지 않는다. 택배비와 포장재는 셀러에게 실비로 청구하거나 셀러가 직접 공급하는 구조로 만든다.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초기 고정 비용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
그리고 창고를 열기 전에 최소한 손익분기 셀러 수의 절반은 계약을 확보해두는 게 맞다. 고객 없이 공간 먼저 잡으면, 공실 창고의 임차료를 내 돈으로 메우는 시간이 길어진다.
숫자로 시작하면 판단이 생긴다
이 계산들이 복잡해 보이지만, 엑셀 하나에 다 들어간다. 고정 비용, 셀러당 예상 수익, 손익분기 셀러 수, 월별 예상 손익, 필요 운영 자금. 이 다섯 가지를 채우는 데 한 시간이면 된다.
이 표가 있으면 “지금 어디쯤 왔는가”를 매달 확인할 수 있다. 없으면 감으로 버틴다. 감은 고정 비용을 이기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