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부업에서 본업으로 — 전환 시점 판단 기준

비슷한 시기에 부업을 시작한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둘 다 물류 창고 경력이 있고, 이커머스 셀러를 대상으로 소규모 풀필먼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1년 후 한 명은 전업으로 전환해서 잘 굴러가고 있고, 한 명은 본업도 잃고 부업도 흐지부지됐다.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A의 선택

A는 부업을 시작하고 6개월 만에 월 수익이 150만원을 넘자 직장을 그만뒀다. 본업이 싫기도 했고, 부업이 잘 된다는 확신도 있었다. 당시 셀러는 3명이었다. 퇴직 직후 시간이 생기니까 영업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퇴직 후 첫 달에 셀러 한 명이 거래처를 바꿨다는 것이다. 150만원 수익이 100만원으로 줄었다. 생활비가 빠듯해지니 새로운 셀러와 계약 조건을 협의할 때 불리한 조건도 받아들이게 됐다. 돈이 급하면 판단이 달라진다. 1년 후 A는 다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B의 선택

B는 수익이 월 150만원을 넘어도 직장을 유지했다. 주변에서 “이제 그만둬도 되지 않냐”고 했지만 버텼다. 대신 기준을 세워뒀다. 셀러가 7명 이상이고, 그중 한 명이 빠져도 생활비를 커버할 수 있을 것, 6개월치 생활비가 현금으로 있을 것. 이 두 가지가 갖춰졌을 때 그만두겠다고 정해뒀다.

기준을 채우는 데 8개월이 더 걸렸다. 그 사이 셀러가 한 명 이탈하기도 했고, 한 달 수익이 크게 줄어드는 달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직 아니다”라는 결론이 나왔다. 8개월 후 기준이 갖춰졌을 때 퇴직했다. 퇴직 후 처음 3개월 동안 셀러가 두 명 더 이탈했는데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현금 여유 때문이었다.

둘의 차이는 타이밍이 아니라 기준이었다

A가 나쁜 판단을 한 게 아니다. A의 부업 실력이 B보다 못한 것도 아니었다. 차이는 전업 전환의 기준이 감정이었느냐, 숫자였느냐에서 갈렸다. A는 “잘 되고 있다”는 느낌으로 결정했고, B는 미리 세워둔 숫자 기준이 충족됐을 때 결정했다.

부업이 잘 된다고 느껴지는 시점은 보통 수익이 처음으로 의미 있는 수준에 오른 직후다. 그때가 심리적으로 가장 설레는 순간이고, 동시에 판단이 가장 흐려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전업 전환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들

수익이 특정 셀러 한두 명에 집중돼 있지는 않은가. 그 셀러가 떠나면 어떻게 되는가. 지금 수익이 최근 3개월 중 가장 낮았던 달을 기준으로 해도 생활이 되는가. 6개월치 생활비가 현금으로 통장에 있는가. 지금 그만두고 싶은 이유가 부업이 충분히 커졌기 때문인가, 아니면 본업이 더 이상 버티기 싫어서인가.

마지막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 전자라면 전환을 준비할 시점이 왔을 수 있다. 후자라면 아직 아니다. 탈출 욕구와 성장 확신은 다르다. 둘을 구별하지 못하면 A의 이야기가 반복된다.

B처럼 기준을 미리 세워두면 그 기준이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준다. 기준이 없으면 매달 “이제 그만둬야 하나”를 반복하다가 결국 감정이 이긴다.

댓글 남기기